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국회의사당 Westminster Abbey

웨스트민스터 지역은 영국의 정치, 역사, 문화의 중심지로서 많은 역사적 건축물들이 즐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국 국교의 중심인 웨스트민스터사원, 버킹엄궁,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웨스터민스터궁, 빅벤, 카톨릭 성당인 웨스트민스터 성당 유명한 건물들은 다 여기에 모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은 웨스트민스터사원과 웨스트민스터궁, 빅벤, 그리고 세인트 마가렛 교회인데 역사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기에 1987년 유네스코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Westminster Abbey


영국 왕실의 교회이자 영국 성공회의 대표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왕의 대관식, 결혼식, 장례식 등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곳이고, 대부분의 영국 왕들을 비롯해, 세익스피터, 아이작 뉴턴과 같은 영국 출신의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도 이 교회에 있다.  



이 교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국의 성공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6세기 유럽은 종교개혁의 소용돌이가 곳곳에 퍼지게 되는데, 영국도 헨리8세에 의해 로마카톨릭으로부터 독립하며 잉글랜드 자체의 종교개혁이 진행되며 성공회라는 이름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어쩌면 종교개혁이라는 좋은 핑계를 지녔지만 사실 근본원인은 다른 곳에 있기도 하다. 


헨리8세는 형이 요절하면서 형수인 왕비 캐서린과 결혼하게 되어 딸 메리 튜더를 두었지만 아들은 없어 결혼 20년만에 별거하고, 캐서린 왕비의 궁녀 출신인 앤 불린과 혼인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이슬람세력을 몰아낸 이사벨 여왕의 딸이었던 캐서린 왕비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캐서린 왕비의 조카는 당시에 신성 로마제곡의 카를 5세. 카를5세의 심기를 거스르기 힘들었던 교황은 헨리8세의 이혼과 재혼을 승인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든 앤 불린과 결혼하고 싶었던 헨리8세는 결국 로마카톨릭으로부터 독립할 길을 찾게 되고, 영국의 국교를 성공회라며 칭하며 로마카톨릭과 차별화하게 된다. 그렇다고 영국의 카톨릭교회가 성공회로 이름이 변경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교회건물이나 성직자나 신도나 변경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영국의 성당/교회는 이 이후로 왕이 카톨릭에 가깝냐, 대립적이냐에 따라 카톨릭이 되었다가 성공회가 되었다가 변화를 반복하게 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정식 명칭은 Collegiate Church of St. Peter in Westminster다. 보통은 줄여서 Westminster Abbey (Abbey는 수도원이라는 뜻이다)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Westminster Cathedral이 나오니 이름으로 착각하면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카톨릭을 믿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성당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은 11세기 에드워드왕이 템즈강 옆에 왕궁을 세우며 거기에 있던 작은 베네딕트 수도원을 개조하며 지은 것인데, 초기에는 큰 성벽, 작은 창을 특징으로 하는 로마네스크 스타일이었으나 13세기 중반에 헨리3세에 의해 새로운 고딕양식으로 재건축하며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사원의 내부에는 왕가의 사원답게 화려한 대리석 기둥과 벽면, 천장 장식, 그리고 정교한 조각상들이 저절로 감탄의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 유럽 어느 교회에 견주어도 전혀 꿀릴게 없는 영국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볼거리 중 단연 압권은 1516년에 완공된 The Lady Chapel이라고 불리는 헨리7세 예배당이다. 화려한 조각과 스테인드 글라스고 눈에 띄며, 벽 주변으로는 대영제국 기사들의 휘장이 걸려 있다. 엘리자베스1세, 메리1세 등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고, 이외에 여러 볼거리를 갖고 있는 역사적인 공간이다. 


특히 동쪽 창쪽에는 Battle of Britain (1940년에 독일 공군의 침공에 맞선 영국 공군의 대응 전투, 독일 공군이 영국의 하늘을 장악하려는 계획은 영국 공군에 의해 무참히 깨지면서 2차 세계 대전의 흐름도 변하게 되었다)을 기념한 RAF(Royal Air Force) Chapel이 있다. 스테인드 글라스에 영국공군의  상징들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웨스트민스터궁 Palace of Westminster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궁은 현재 영국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명실상부한 영국 정치의 심장부로서 천년 역사의 산증인 같은 건물이다. 1090년 정복왕 윌리엄에 의해 잉글랜드의 왕이 거주하던 왕궁으로 건설되었다. 윌리엄 왕은 초반에는 런던탑에서 거주했으나 웨스트민스터궁이 완성된 이후에는 이 궁전으로 옮겨 거주했다고 한다. 


왕권과 의회중심의 시민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 웨스트민스터궁은 왕궁으로서 그리고 국회의사당으로서 양쪽의 기능을 모두 다 하게 되었는데, 1520년 헨리8세가 햄프턴 궁전으로 옮겨가며, 이 궁은 국회의사당으로서 사용되게 되었다. 웨스트민스터궁은 16세기에 화재로 한번 소실되었으며, 이후에 다시 재건해서 영국 의회와 대법원 건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1834년 다시 큰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고 웨스트민스터홀, 성스테판 예배당 등 일부 건물만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공모를 거쳐서 재건축을 하게되었는데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정치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답게 정치의 중심인 국회의사당 역시 가장 영국적인 건축물로 짓고자 했다. 


건축 현상 공모에는 총 97개의 안이 제출되었는데, 그 중에서 건축가 찰스배리의 외관, 오귀스트 퓨진의 내부 디자인이 최종 당선되어 고딕양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네오 고딕양식으로 짓게 되었다. (영국인들에게 고딕은 영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양식으로 무엇보다 영국적인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1840년부터 30년간 공사한 끝에 오늘날과 같은 고딕 양식 건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웨스트민스터궁의 광장 한가운데에는 크롬웰의 조각상이 놓여있다. 


올리버 크롬웰 Oliver Cromwell. 영국 의회 정치의 기틀을 만든 인물이자 군사 독재의 시대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1642년 찰스1세가 의회를 무시하자 영국은 왕을 지지하는 왕당파와 시민에 의한 의회를 지지하는 의회파간 대립이 일어난다. 초반에 찰스1세는 외국 용병을 바탕으로 매우 강력한 군대를 내세워 의회파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군사적 열세에 있었던 의회파는 크롬웰이 조직한 철기군을 통해 무어전투에서 승리를 하며, 전세를 역전시킨다. 의회파는 승리한 뒤 왕정을 무너뜨리고 의회에 의한 공화정을 수립하는데, 청교도식 법규를 기반으로 통치를 한다고 해서 이 전쟁에 의한 승리와 이후 정치를 청교도혁명이라고 부른다. 

크롬웰은 찰스1세를 유폐시키고 강력한 군대를 앞세워 영국을 자신의 손으로 통치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스코틀랜드와 연합하여 다시 내전을 일으킨 찰스1세를 제압해서 결국 처형하게 된다. 


크롬웰에 의한 시민 정치는 영국의 상업, 해운업 등을 크게 발전시켰으나 너무 지나치게 청교도정신을 강요함으로써 연극 같은 문화생활, 스포츠경기가 금지되었고, 크리스마스 조차도 금지되었다고 한다. 청교도의 금욕주의에 의해 음식맛을 억제했던 음식문화는 오늘날 "영국음식은 맛이 없다"라는 평의 근원이라고 얘기도 있다. 




이러한 역사와 함께 영국정치의 상징이기 때문에 각종 시위나 사회운동가들의 집회가 수시로 열리며, 정치적 이슈를 담은 테러도 종종 일어난다. 1979년에 차량 폭발테러가 있었으며,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도 테러가 있었다. 


웨스트민스터궁의 남쪽으로는 빅토리아타워, 북쪽에는 빅벤이 위치해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가로 길이가 총 265m, 방 수가 1,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유람선을 타고 보거나 강건너편 병원이나 런던아이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건물의 중앙 홀을 경계로 남쪽은 상원, 북쪽은 하원 의사당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상원은 귀족들로 이루어진 의회로서 상속도 가능하다. 보통 대부분의 의결은 하원에서 진행되는데 상원에서는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상원 의원들이 논의하는 공간은 귀족원이라고 하는데 귀족들의 공간인 만큼 넓고 화려한 느낌을 준다. 하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처럼 일반 시민들 중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데, 하원 의원들이 논의하는 공간은 시민원이라고 한다. 간혹 TV를 보면 영국의 국회의원들이 서로 마주보고 열띤 토론을 하는 곳이 바로 시민원이다. 하원의원수가 650명이 넘는데, 시민원의 자리 수는 그보다 작아 서서 논의에 참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공간을 늘이는 공사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을텐데 영국은 확실히 전통을 중시하고 건축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나라 같다. 



   


빅벤 Big Ben


웨스트민스터궁의 북쪽 탑, 빅벤. 높이는 106m에 달하며, 4면에 커다른 원형 시계가 달려있다. 원래 정식 명칭은 없어 시계탑 또는 세인트 스티븐스 타워라고 불리다가 2012년에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여 엘리자베스 타워로 개칭되었다. 하지만 정식명칭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는 빅벤으로 불리어지고 있는데, 이 탑의 공사를 담당했던 벤저민 홀의 이름 '벤'과 크다라는 '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빅벤의 시계는 매 15분마다 한번씩 종소리가 울리며, 우리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나던 종소리가 이 종소리다. 종소리는 정각 종소리, 15분 종소리,  30분 종소리, 45분 종소리가 모두 조금씩 달라 소리를 듣고 시간 구분이 가능하다. 1859년 첫 시간을 알린 이후 2번의 기계 고장으로 시계가 멈춘 적이 있었으며, 타종의 경우,  처칠 수상의 장례식, 대처 총리의 장례식 때 타종이 멈추었으며, 수리 기간에도 타종은 멈추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쉽게 다시 수리에 들어갔으며 2021년까지 3년간 보수공사 진행예정이며, 역시 타종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인트 마가렛 교회 St Margaret's Church


세인트 마가렛 교회는 웨스트민스터궁의 교구 교회(the parish church of the House of Commons)로서 주로 상류층의 결혼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윈스턴 처칠도 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콘서트도 이루어지는데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들러서 공연 일정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교회 내부에 촬영은 불가능하지만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카페도 있다. 남쪽 복도 창에는 John Piper에 의해 만들어진 추상적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끌며, 동쪽 창에는 16세기 헨리8세와 캐서린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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