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레드니체/발티체 성 - 주인 잃은 유럽의 정원 lednice-valtice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체코 프라하로 가는 길목에 있는 레드니체 지역은 13세기부터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영지로서 유럽에서는 드물게 19세기까지 한 가문에 의해 유지, 발전되어 온 곳이다. ‘유럽의 정원’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성과 정원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레드니체-발티체 지역은 17세기 리히텐슈타인의 카렐 Karel 1세가 공작 직위를 받으며 공국의 수도 역할을 하며 본격적으로 도시로서 발달하게 되었는데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발티체를 주 거주지로, 그리고 레드니체를 여름 별장으로 삼으며 이곳에 다양한 시설을 세웠다.  


발티체 성

발티체 성은 중세 스타일로 처음 지어졌으나 이후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으로 개축된 뒤에 18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재건되었다. 건물 외벽에서 보이는 화려한 곡선의 조각들은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가문의 위상을 위해서 얼마나 신경썼는지를 알 수 있다. 



성과 함께 황금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예배당이 있으며, 성 내부는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방이 꾸며져 있다. 



레드니체성

발티체에서 레드니체로 가는 길은 북쪽으로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다. 레드니체성은 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보다는 멋진 저택의 모습을 갖고 있다. 1570년에 르네상스식 저택으로 건설되었다가 18세기 후반 깔끔하면서도 귀족풍이 나는 신고딕양식으로 재건되었다. 겉모습만 봐도 다양한 건축 양식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 내부에는 귀족들의 연회장과 화려한 장식을 방들,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사용하던 가구, 초상화 등을 볼 수 있다. 



여름 별장인만큼 성 주변으로 정원도 잘 조성되어 있는데 성의 아래쪽은 프랑스식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성의 위쪽으로는 성과 어울릴 수 있도록 연못을 활용한 영국식 정원이 매우 잘 조성되어 있다. 



영국식 정원 vs 프랑스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이라고 하면 베르사유궁전의 정원을 생각하면 된다. 기하학적인 도형을 엿볼 수 있듯이 가운데 분수가 있는 정원과 이를 가운데 두고  수학적 대칭과 비례를 엄격히 적용한 정원이다. 


반면 영국식 정원은 이러한 인위적인 프랑스식 정원에 대한 반발로 자연의 풍경화처럼 목가적인 느낌이 들게 만드는 정원으로 작은 개울, 아치형 다리,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나있는 길 등이 특징이다. 



미너렛

레드니체 정원의 북쪽 끝에는 매우 이국적인 미너렛이 세워져 있다. 미너렛은 보통 이슬람 사원에서 볼 수 있는 첨탑인데 이 미너렛은 바로크양식과 고딕양식의 모습을 띄고 있다. 



원래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이곳에 교회를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톨릭과 개신교간 30년동안 전쟁을 할 정도로 치열한 갈등 관계는 교회 짓기를 포기하고 이슬람 양식의 미너렛을 지었다고 한다. 

나선형으로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레드니체 정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레드니체성에서 걸어서 20~30분 걸리는데 정원의 연못을 따라 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과 궁전을 위해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아낌없는 투자를 했지만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에 협조하지 않은 리히헨슈타인 가문은 결국 성을 떠나 다른 곳을 떠돌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마치고 나서는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이 소유하며 리히텐슈타인 가문에게 이곳을 돌려주는 것을 거부했으며, 냉전이 끝마치고 나서 민주화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리히텐슈타인가문은 이곳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기에 정부 입장에서도 쉽게 돌려주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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