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앵 대성당 - 프랑스 고딕 건축물의 정수 Amiens Cathedral

파리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아미앵 Amiens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아미앵은 지정학적 위치 상 영국, 독일과도 가까워서 지금은 프랑스에 속해 있지만 바이킹의 노르만족, 잉글랜드, 프로이센 등과 끊임없이 전쟁에 휩싸이고 점령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요새가 발달되었으며, 이와 함께 도시와 시민의 안정을 기원하는 종교적 믿음이 발달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요새 역할을 했던 성곽은 산업 발달에 따라 대부분 철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종교적 믿음의 결과물인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었는데, 바로 아미앵 대성당이다. 


아미앵 대성당 정면 모습 (이미지출처: Le Relais Du Beffroi)



유럽의 많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대성당이듯이 이 도시의 랜드마크 역시 아미앵 대성당이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아미앵 역에서 내려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다. 


198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미앵 대성당은 1152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립되었다가 1218년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고 1220년에 고딕양식으로 다시 재건에 들어간다. 1280년대에 성당의 주요부분이 완공되었는데, 성당의 한켠에는 성당의 주요 위치별로 건설 연도가 기록되어 있다. 연도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300년에 걸쳐 지어져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을 알 수 있다. 


아미앵 대성당의 건축 히스토리 (이미지출처: 다음블로그 BulgaeDaenggyeon)



대성당은 재건축 시에 다른 성당들에 비해 매우 빠르게 건축이 되었는데, 그동안의 건축방법이 작업현장에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면 아미앵 대성당은 각 부분의 건축자재를 규격화하고, 석재를 별도의 작업장에서 가공한 뒤에 건설현장으로 운반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계절과 날씨와 상관없이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미리 계획에 따라 표준화된 작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건축에 대한 한층 발달된 기술은 건축의 스피드 뿐만아니라 규모에도 영향을 줬는데, 아미앵 대성당은 한눈에 봐도 다른 성당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을 준다. 내부 천장 높이는 42.3m로 샤르트르 대성당보다도 5m 정도 더 높으며, 길이 145m, 너비 32m (양쪽의 날개부분까지 합치면 65.5m), 가장 나중에 지어진 가운데 첨탑은 높이가 112m에 달한다. 


하늘에서 본 아미앵 성당의 모습과 뒤쪽 모습 (이미지출처: Pinterest, Thierry80)



건물의 기본 구조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구조를 따왔지만 샤르트르 대성당보다 규모면에서도 훨씬 크며 내외부의 조각상이나 인테리어는 샤르트르 대성당을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면의 첨탑과 함께 정문쪽에 있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단연 압권이다. 


3개 정면 정문 중 중앙 파사드(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면 외벽)에는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축복을 내리는 모습이 새겨져 있고, 그 위로 티파눔(출입구 위 아치형태나 삼각형으로 둘러싸인 부분)에는 최후의 심판이 새겨져 있다. 또한 더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장미창 아래쪽에 12사도와 4명의 예언자가 새겨져 있다. 


아미앵 성당의 정면 출입구 쪽 조각상 (이미지출처: Minube, World Secret locatins)



서쪽 문에는 '왕들의 갤러리'라고 왕관을 쓴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아래쪽에 있는 3개의 문의 벽면에는 성서와 성인들의 이야기가 부조로 새겨져 있어 '돌의 백과사전'이라는 별명까지 붙어있다고 한다. 대성당에는 모두 3,600여점의 조각이 새겨져 있다고 하니 예술적 가치를 넘어 정말 대단한 규모의 성당이다.


아미앵 대성당의 장미창과 스테인드글라스 (이미지출처: A Belard, Pinterest)



대성당 내부에는 길다란 창문에 입혀진 스테인드글라스가 햇볕을 받아 오묘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126개의 길게 뻗어 있는 기둥 역시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 준다. 또한 성가대 주위 성직자석은 구약성경과 우화 등에서 따온 4천여명의 인물이 조각되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며, 성가대석 역시 성 요한과 성 베드로의 일화가 조각 묘사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이끈다. 


아미앵 대성당의 내부 성가대석과 측면쪽 모습 (이미지출처: Liturgical Arts Journal, Thousand Wonders)



성 요한과 성 베드로의 일화 부조상 (이미지출처: 네이버블로그 테리아, Thousand Wonders)



아미앙성당은 예수의 가장 충직한 제자였던 성 요한의 유해가 안치된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성 요한의 유해는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있었는데 십자군 원정 중에 콘스탄티노플 약탈 과정에서 성 요한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갈취해야 1206년 이 성당에 안치하게 되었다. 십자군이라고 하면 왠지 고상하고 품격이 높을 것 같은데 종교적 신망을 추구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경제적 이해타산에 따라 전쟁에 참전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약탈, 파괴, 도략질 등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몇 년 전에 교황이 십자군 전쟁 당시 폐해에 대해 사과한 적도 있었다.


이와 함께 성당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황금 성모 제단은 정교한 조각과 함께 황금으로 도금되어 화려함과 함께 성스러움을 이끌어내고 있다. 


황금 성모 제단의 모습 (이미지출처: World Record Unions)



샤르트르대성당처럼 아미앵 대성당도 바닥에 라비린스(미로)가 새겨져 있다. 샤르트르대성당과 달리 8각형의 형태로 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대성당을 만든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아미앵 대성당의 라비린스 모습 (이미지출처: 블로거 Pyramidcult, Tripadvisor)


아미앵 대성당은 시민들의 기부에 의해 많은 부분이 재건되었고, 또 많은 조각들 중에는 시민들의 모습을 한 조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혁명 시기 많은 다른 대성당과 왕궁이 훼손되었음에도 아미앵 대성당은 거의 훼손되지 않고 유지되었다고 한다. 또한 2차 세계 대전 때도 독일과 가까이 인접하고 있음에도 직접적인 폭격을 피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밤에 가면 야경 또한 멋지고 빛을 활용한 축제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밤에도 한번 가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미앵 성당의 주간모습과 야간모습 (이미지출처: Archaeology Travel)


아미앵 지역에는 대성당 이외에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 80일간의 세계일주와 해저2만리의 저자 쥘베른의 자택(박물관), 피카디리 박물관 등이 있으니 함께 가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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